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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서지 않지만 배우입니다, 1권

무대 뒤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무대에 서지 않지만 배우입니다」는 총 1,2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주인공은 슌이다. 슌은 그림을 전공으로 하는 고등학교에 다니다가 뮤지컬학과에 입학해서 뮤지컬 공연을 10년 간 했다.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뮤지컬 배우로서 활동한 그의 경험담을 그림으로 그린 책이 「무대에 서지 않지만 배우입니다」이다. 뮤지컬이나 연극을 볼 때마다 무대 뒤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궁금했었는데, 「무대에 서지 않지만 배우입니다」를 읽고 그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었다. 한 뮤지컬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까지의 준비과정과 무대 뒤에서 무대를 준비하는 배우들의 노력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단순히 뮤지컬에 대한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조금이나마 엿본 것과 더불어 뜬금없게도 진로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주인공 슌이 그림과 뮤지컬을 선택하면서 겪어온 과정들을 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의 인생을 살펴보니 진로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하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슌은 내가 학생 시절에 했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었다. 그가 무대를 올리기 전까지 무대 뒤에서 고민했던 것처럼 나도 같은 고민을 수도 없이 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직업에 대한 고민이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이 길이 맞는 길일까? 내가 선택한 이 직업으로 계속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어쩌면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평생 동안 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끝이 없는 고민이 이어진다.

맹목적으로 쫓게 되는 진로에 대한 허상: 나는 누구인가

맹목적으로 쫓게 되는 진로로 인해 뒤늦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인공 슌도 그림을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대학은 뮤지컬학과로 진학했고, 지금은 다시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지금은 무대에 서지는 않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배우라고 여기고 있다. 왜 학교에서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진로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12년의 세월을 학교에서 보냈고, 심지어 전공을 선택해서 대학에까지 왔지만 여전히 나는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른다. 내가 무엇을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자신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은 채로 학교에서 시키는 대로 주입식 교육을 받았기에 그렇다. 나도 「무대에 서지 않지만 배우입니다」의 주인공 슌처럼 그저 좋은 성적을 받고 대학교에 들어가면 탄탄대로가 열리는 것으로 생각했다. 대학에만 들어가면 다른 성인들이 그런 것처럼 나도 나에 대해 잘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전공을 선택해서 대학에 왔지만 나는 내가 이 전공을 제대로 선택한 것인지에 대해 가끔 의문이 들었다. 내가 이 업계로 취업을 하게 되면 행복한 삶이 있을까? 내가 정말로 이 전공을 좋아해서 선택한 게 맞나? 다른 더 좋은 선택은 없었을까? 여전히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다른 전공을 택한다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들기에 그냥 순리대로 편하게 사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대학에 와서 알게 된 것은 학생 시절의 나에게는 그렇게 멋져 보이고 자신의 길을 멋지게 가고 있는 듯이 보였던 멋진 어른들이 실상은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며 그냥 정해진 대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턴으로 전공을 살려서 그토록 동경하던 업계의 실무를 처음으로 경험했을 때의 그 환상의 깨짐이란! 내 눈에 그렇게 멋져 보이던 동경하던 회사의 선배 직원들은, 반복되는 야근과 상사와의 마찰, 업무 스트레스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었다. 내가 꿈꿨던 멋지고 즐겁게 나의 일을 즐기는 삶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자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공부를 해온 거지? 별로 즐겁지 않은 직업을 얻기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걸까? 학생 시절에 그저 주어진 교육과정을 따르고, 성적에 따라 맹목적으로 진로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나 자신에 대해 탐색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나는 누구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뒤에 진로를 결정했다면 적어도 시행착오를 줄여주었을 것이다.

내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연 배우는 나, 나의 중심을 잡고 서보자

주인공 슌은 「무대에 서지 않지만 배우입니다」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그리면서 이 작업에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민한다.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대단한 힘이 되어줄지 아닐지를 확신할 수 없어서다. 아마 우리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도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에게는 어떤 의미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일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멀리서 보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작은 점 같은 존재이지만, 우리 한 명 한 명의 삶에도 다 각자의 의미가 있다. 나에게는 별 것 아니게 느껴지는 내 경험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나의 중심을 잡고 서보자. 남들이 뭐라 하든, 세상이 어떤 잣대를 들이밀든, 나의 중심을 잡는다면 우리는 조금 덜 불행해지지 않을까? 아니, 쉽게 행복해지지 않을까? 타인의 시선,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어떠랴. 이렇게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데. 슌의 말처럼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이 나의 꿈을 위한 발판이 되어 주지 못하더라도 세상에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는 것. 그것이 나의 움직임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면 충분하다. 내 작업의 의미는 다른 사람들이 또는 미래의 내가 알아서 찾을 것이다. 의미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오직 나의 움직임뿐이다. 그러니 우리 각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 자신만의 스토리를 좀 더 자신 있게 써나가면 좋지 않을까? 세상에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그게 대체 무슨 상관이랴? 내가 지금 내 삶 속에서 행복한데. 우리 모두가 조금이라도 남들과 덜 비교하며 자신만의 삶을 꿋꿋하게 일구어 나가기를 응원한다. 무대에 서지 않아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 속에서는 주인공인 배우이다. 나의 중심을 잡고 서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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