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햇살
유령의 마음으로, 임선우 소설집
어느 날 갑자기 유령이 나타났다 어느 한가로운 오후에, 나는 빵집 카운터에 엎드려 있었는데 갑자기 유령이 나타났다. 카운터에서 일어나서 담요를 가지러 갔다 돌아와 보니 내가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죽어서 몸을 빠져나온 영혼의 상태가 돼버린 줄 알았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될 줄이야. 하지만 곧 내가 죽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실망했다. 유령이 나타났는데도 놀라움을 느끼기보다 내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더 크게 느끼다니. 카운터에 엎드려 있던 것은 나의 유령이었다. 너는 누구냐고 내가 묻자 그것은 나는 너라고 대답도 했다. 나는 유령과 멀리 떨어지게 되면 고통스러운 추위를 겪게 된다. 가까이 다가서면 추위가 점차 사라진다. 멀리 내쫓을 수도 없는 유령인 것이다...
2022. 6. 26. 11:14